1930년 11월조선총독부 후원

늦은 밤.
세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무릎 앞에 뽑은 잔디를 조금씩 쌓았다.

아버지아직도 네 잘못을
모르겠다는 말이냐?
아들깨끗한 강물로 몸을 씻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산에서 약수를 길어 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했어야지!

아들아버님이 눈치를 보실 사람이
이 땅에 누가 있습니까?

아버지닥쳐라.
그분의 말씀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눈을 뜨지 마라.
평소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던 아버지가,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벅

아버지는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아버지선사님을 뵙사옵니다.
무라야마 · 화면 밖고개를 들라.

헉!
차가운 달빛 아래 드러난 얼굴.
아들은 다시 이마를 땅에 붙였다.

무라야마앞으로 고작 15년이면
제국은 물러날 것이다.

아버지제국이 물러가면…
저는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무라야마오늘 밤 너의 생로를
열어주려 하는 것이다.
이 아이가 너의 자식이냐?

아버지그러하옵니다.

김용달불초 김용달,
인사 올립니다.

무라야마상판에 어인 횡액이 붙었느냐.

손바닥이 붙었다 떨어졌다.
낮은 주문이 흘렀다.

아버지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요.

무라야마너희가 살려면
무엇보다 과거를 묻어야 하지 않겠느냐?

무라야마같은 것 네 개를 더 만들어
다섯 산의 혈터에 박으라.
묘향 · 구월 · 금강 · 팔공 · 지리

아버지산 정상에 꽂는 게 아니온지요?

무라야마혈터를 볼 줄 아는 지관을 데리고 가라.
그리고 말이 새지 않도록 하라.

무라야마이 사람, 이케다를 도와라.
부자는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절했다.

흰 종이 위 먹글씨가 아니었다.
검은 종이에 적힌 검붉은 여덟 글자.
회신령집만축고선

세 번 절한 뒤, 묵지를 받아들었다.
묵지를 품속에 넣고,
동남쪽을 향해 다시 두 번 절했다.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이 땅에 최면을 걸어라.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최면을.
천년의 저주로다!
풍수전쟁
1화 · 프롤로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