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에서 읽는 시 · 두 번째 이야기

유행가 하루

공개 전 감상 시안

비가 멎은 뒤, 젖은 잎과 돌 위에 빗방울과 빛이 남아 있다.

어느새 비가 멎어

첫 화의 가상 화자가 창가에 앉아 두 손을 무릎에 놓고 밖을 바라본다.

내 마음은 움츠려 들어도

화자의 어깨 너머, 젖은 돌담과 산 너머로 노을이 펼쳐진다.

여름 내 뒹굴었던 아쉬운 마음은
저 멀리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네

이렇게 감정이 지루한 오후

말없이 먼 곳을 향한 화자의 옆얼굴.

내 아름다운 마음은 어디서
목 놓아 노래 부를까

오늘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
노래 한 소절 불러보고 싶지만

노래를 떠올리듯 입술을 살짝 연 채 머무는 화자. 유리에는 같은 얼굴이 희미하게 비친다.

아름다운 날들은 먼 기억이 되어

창유리에 희미하게 겹친 얼굴과 저녁빛. 과거의 특정 사건을 재현한 장면은 아니다.

현실의 나는 이미
노을을 바라보고 있네

나무 창턱 가까이 편히 놓인 손. 마음과 달리 몸은 가만히 머물러 있다.

이렇게 가슴 한 구석을 비워놓아도

곁의 빈 공간으로 바람이 들고 얇은 커튼이 살짝 부푼다.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것은
쓸쓸한 바람 뿐

흰 머리가 섞인 화자의 관자놀이와 아래를 바라보는 눈.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화자가 무릎에 놓인 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병이나 죽음이 아닌 마음의 변화를 떠올리는 장면.

나이를 먹으면서 빛 바래지는
무심한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네

해가 진 뒤 산 능선에 붉고 보랏빛인 마지막 빛이 남는다.

오늘도 노을은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내 응어리진 마음을
밤이 오기 전에 달래볼 수 없을까

저녁빛이 잦아드는 방 안, 화자가 창가에 앉아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답을 얻었다는 결론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귓가에는 진한 노래가 흐르고

유행가 같은
하루가 간다

두 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