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에서 읽는 시 · 첫 번째 이야기

겨울 가고 봄이 오면
피는 것들

공개 전 감상 시안

겨울 가고 봄이 오면…

가상의 성인 화자가 어두운 방에서 문을 열고, 봄볕과 꽃이 있는 마당을 바라본다.

계절마다 사람의 마음도 흐른다는데

얼굴에 닿는 볕을 느끼며 살짝 고개를 든다.

오늘 같은 화창한 봄 날씨에는
어떠한 생각들이 피어날까?

편안히 펴진 손 곁으로 노란 개나리와 붉은빛 진달래, 새 잎이 햇빛을 받는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이
개나리처럼 노랗게 터져버릴까?

아니면 진달래처럼
빨알간 진보라로 터져버릴까?

마음속 무대

인생은 어차피
연극 같은 것인데

상상 속 작은 무대. 열린 장막 사이에서 화자가 다른 두 사람을 반갑게 맞는다. 실제 사건을 그린 장면은 아니다.

이 봄, 인생을 좀 더 멋진 무대로
꾸며보면 어떨까?

상상 속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웃는다.

모두가 마음을 열고 감정을 터트리고
웃고 행복해하는
그런 무대라면 얼마나 멋질까?

그래! 무언가를 하고자 마음을 먹는 순간,
바로 그 결과가 그 마음 안에 있을 수 있는데

상상 속 무대에 서 있는 화자의 발. 무대 밖으로 나아가기 전의 한순간.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 봄도
마음의 시간을 내어
새로운 무대를 시작해볼까?

상상이 걷히고 다시 문 앞. 화자의 손은 아직 나무 문틀에 닿아 있다.

하나라도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둘도 이루어지기 힘든 세상!

인생의 봄도 무언가 하나는 이루고
계절을 넘어가야 할 텐데…

시선이 땅으로 내려간다. 흙과 돌 사이 작은 잎에 봄볕이 비친다.

오늘처럼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날이면,

어린 시절

마당 장독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
봄볕을 쬐면서

가상의 어린 화자가 장독대 옆에 쪼그려 앉아 새싹을 바라본다. 실제 저자의 외모나 장소를 재현한 것은 아니다.

꽃밭에서 돋아나던
초록빛 새싹을 지켜보던

아이의 눈높이에서 가까이 보이는 새싹. 아이는 잎을 따지 않고 가만히 지켜본다.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새싹을 바라보던 아이의 눈.
그 시선을 이어받듯, 지금의 화자도 몸을 낮춰 바라본다.
현재의 가상 화자가 작은 새싹 앞에 몸을 낮춘다. 무언가 답을 얻었다기보다 잠시 생각에 머문 표정이다.

나에게도 아직
그런 감정이 남아 있을까?

그래 오늘은

화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곱창과 대창의 상상. 실제로 먹는 장면이 아니다.

의사가 먹지 말라는
곱창과 대창을 실컷

상상에서 돌아온 화자가 봄볕 속에서 슬쩍 웃는다. 빈손으로 마루에 앉아 있다.

먹고 싶은
그런 봄날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야기 끝